현진건의 단편 소설 〈할머니의 죽음〉은 임종을 앞둔 노인을 둘러싼 가족들의 상반된 태도를 통해 근대 사회의 이기주의와 허례허식을 고발한 작품이다. 할머니의 위독 소식에 모여든 자손들은 겉으로는 슬픔을 가장하지만 내심으로는 각자의 생업과 안위를 걱정하며 죽음이 조속히 끝나기만을 바란다. 특히 가식적인 효를 과시하며 종교적 형식을 강요하는 중모와 할머니의 고통을 방관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는 친척들 모습은 혈연 공동체의 붕괴와 인간성 상실을 보여준다. 서술자인 '나' 역시 할머니를 연민하면서도 자신의 안락을 우선시하는 지식인의 이중성을 드러냄으로써 독자에게 서늘한 자기성찰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