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는 1930년대 후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몰락해 가는 대지주 집안의 풍경을 신랄하게 묘사한 풍자 문학의 정수이다. 작가는 판소리 사설을 빌린 독특한 문체와 서술자의 직접 개입을 통해 탐욕스러운 주인공 윤직원 영감을 희화화하며 그의 반민족적이고 이기적인 가치관을 폭로한다. 특히 일제의 식민 지배를 사유 재산을 보호해 주는 ‘태평천하’라 칭송하는 윤직원의 왜곡된 현실 인식은, 손자 종학의 사회주의 운동 투신이라는 충격적인 결말과 대비되며 그 허구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돈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배금주의와 도덕적 타락이 한 집안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잘 보여주며, 작가는 이를 통해 당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