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양초 제조공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2년도 채 받지 못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독학으로 여러 언어를 익히고, 인쇄소 도제로 시작하여 신문 발행인이 되었으며, 번개가 전기 현상임을 증명하고 피뢰침을 발명했다. 공공 도서관과 소방대와 대학과 병원을 세웠고, 독립선언서에 서명했으며, 프랑스와의 동맹을 이끌어내 미국 독립의 국제적 승인을 얻어냈다. 훗날 미국 헌법에도 이름을 올린 이 인물이 바로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러나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은 위대한 인물의 눈부신 이력서가 아니다. 이 책의 진정한 힘은 오히려 그 반대편에 있다. 프랭클린은 자신의 실수를 인쇄술 용어를 빌려 '에라타(오식)'라 부르며, 숨기거나 변명하지 않고 하나씩 고백한다. 친구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 남의 돈을 유용한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한 통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이 솔직한 실패의 기록들이 책 전체에 고르게 배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이 책은 25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1771년, 예순다섯의 프랭클린은 영국 남부 어느 주교 저택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삶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1784년, 1788년, 1789년 세 차례에 걸쳐 집필이 이어졌으나 1757년의 기록에서 끝내 멈추었다. 독립혁명가로서의 활동, 프랑스 대사로서의 외교적 성취, 헌법 제정 회의에서의 역할 등 역사 교과서가 기억하는 업적들 대부분이 이 책의 바깥에 있다. 그럼에도 이 미완성의 책은 완결된 이야기처럼 읽힌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탐구가 마지막 문장이 씌어지지 않아도 독자의 마음속에서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오늘의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성공의 비결이 아니라 한 인간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다. 13가지 덕목을 수첩에 기록하며 도덕을 실험하고, 대화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뜻을 관철하는 법을 터득하고, 자신의 야망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프랭클린의 이야기는, 특정 시대의 특정 나라 이야기를 넘어선 보편적인 울림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