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E. 하워드의 코난 시리즈는 현대 판타지라는 거대한 성벽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주춧돌 중 하나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장르 문법의 상당 부분이 이 근육질 야만인의 칼날 끝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난이 현대 판타지에 남긴 가장 결정적인 유산은 '소드 앤 소서리'라는 하위 장르의 창조다. 톨킨의 작품이 거대한 선악의 대결과 종족의 운명을 다룬다면, 코난은 철저히 개인의 생존과 모험에 집중했다. 이후 탄생한 《엘릭 시리즈》와 《파프헤드와 그레이 마우저》 등 수많은 개인 영웅 중심의 판타지가 이 형식을 계승했다.
코난은 또한 안티 히어로의 전형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필요하다면 도둑질을 하고 자비 없이 적의 목을 베는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확고한 야만의 명예를 지켰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 조형은 조지 R.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와 안제이 사프코프스키의 《더 위쳐》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게임 분야에서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초의 RPG인 《던전앤드래곤》의 제작자 개리 가이객스는 코난 시리즈가 게임 설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전사가 던전에서 괴물을 물리치고 보물을 얻어 명성을 쌓는 구조, 마법을 경외와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코난의 모험 구조를 그대로 게임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각적인 영향력도 막강했다. 1970년대 마블 코믹스의 코난 만화와 1982년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는 판타지 전사의 시각적 기준을 세웠다. 근육질의 체구, 가죽 옷, 거대한 양손검으로 상징되는 전사의 이미지는 오늘날 《디아블로》의 바바리안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거의 모든 판타지 게임에서 변주되어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워드는 로우 판타지 세계관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구축한 하이보리아 시대는 마법이 흔하고 찬란한 세계가 아니라, 마법은 위험하고 타락한 소수만의 전유물이며 세상은 거칠고 비정한 곳이었다. 이는 판타지가 단순한 아이들의 동화가 아닌 성인을 위한 잔혹하고 사실적인 서사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현대의 다크 판타지 장르는 하워드가 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울창한 숲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중단편은 다음과 같다.
검은 이방인
트라니코스의 보물을 둘러싼 해적들의 암투와 픽트족의 습격 속에서, 코난이 초자연적인 공포를 극복하고 벨레사 일행을 구출해 탈출하는 모험담.
검위의 불사조
아퀼로니아의 국왕 코난이 자신을 축출하려는 반역자들의 음모와 마도사 토스-아몬이 소환한 기괴한 요괴의 습격에 맞서, 현자 에페미트레우스의 도움을 받아 왕좌를 수호하는 투쟁.
진홍색 성채
배신으로 사로잡힌 아퀼로니아의 왕 코난이 마법사 펠리아스의 도움으로 ‘진홍색 성채’의 공포를 뚫고 탈출하여, 침략자들을 격멸하고 위기에 빠진 왕국을 구해내는 영웅적인 모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