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화려한 극장가, 수백 명의 인파가 줄을 서 있는 한복판에서 비명도 없이 한 남자가 쓰러집니다. 그의 등에는 성인상이 조각된 정교한 은제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고, 범인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이 기묘한 사건을 맡은 스코틀랜드 야드(런던 경시청)의 유능한 앨런 그랜트 경감은 피해자의 주머니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 대신, 탄환이 가득 장전된 군용 리볼버 한 자루를 발견합니다. 죽은 남자는 누구이며, 왜 공연을 기다리던 그 평화로운 순간에 죽어야 했을까요?
수사는 곧 피해자와 줄에서 거칠게 다투었던 왼손잡이 청년, 제럴드 라몽을 향합니다. 범인의 손에 상처를 남겼을 단검의 결함, 라몽의 엄지에 남은 흉터, 그리고 피해자의 전 재산인 현금 뭉치까지 발견되면서 모든 증거는 그를 교수대로 이끌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라몽을 체포한 그랜트 경감은 완벽한 증거들 사이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적 명성을 걸고,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런던의 뒷골목에서 스코틀랜드의 거친 황무지까지 끈질긴 추격전을 벌입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죽은 남자의 비밀스러운 연애사와 진주 박힌 의문의 브로치, 그리고 화려한 뮤지컬 스타 레이 마커블을 향한 일그러진 갈망은 사건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조세핀 테이의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이 사건에는 단 한 명의 악당도 없다"는 말처럼 각자의 사연을 안고 파멸로 치닫는 인간의 군상을 서스펜스 넘치게 그려냅니다. 완벽한 증거가 가리키는 결론 뒤에 숨겨진, 오직 직감으로만 닿을 수 있는 진실을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