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누구나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법학자나 법조인 외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드물다. 읽어본 사람조차 그 조문이 왜 그렇게 쓰였는지, 어디에서 모순이 발생하는지, 무엇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지를 묻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12·3비상계엄사태에 이어 개헌 논의가 수면화되는 지금, 일반 대중도 헌법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은 1987년 대한민국 헌법(법명을 붙여 쓰는 것은 일제잔재다. 헌법은 이부터 고쳐야 한다) 전문(前文)부터 부칙까지 전체 130개와 부칙 6개 조문을 하나하나 해체한다. 각 조문에 대하여 역사와 철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문리적·논리적·체계적 분석 방법론을 일관되게 적용하였다. 특히, 고대 철학자와 근대 데카르트, 칸트, 구스타프 라드브르흐와 그 제자인 아르투어 카우프만 등 철학과 법철학적 전통 그리고 비교헌법적 관점을 교차시켰다.
저자가 이 작업을 시작한 단초는 헌법 제118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한 줄의 조문이었다. 헌법이 명시적으로 설치를 규정한 지방의회를 왜 헌법기관이라 부르지 않는가. 학계와 판례가 하나같이 이를 부정하는 논거는 과연 철학적 본질에 부합하는가.(물론 현재까지 법해석학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 물음에서 출발하여, 제1조의 국민주권으로부터 제130조의 헌법개정 절차에 이르기까지, 조문 하나하나에 숨겨진 타협의 흔적과 미해결의 긴장을 추적해 나간다.
제3조(영토)와 제4조(통일) 사이의 규범적 모순, 제10조(기본권 확인)와 제37조 제2항(기본권 제한) 사이의 이중 구조,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불완전한 혼합,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이원적 사법 체계, 그리고 38년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못한 경성헌법의 딜레마까지 — 이 책은 헌법의 각 조문이 왜 그런 형태로 존재하며,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에서 실패하는지를 묻는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대통령 탄핵(2024헌나8)이라는, 1987년 헌법 체제 이래 가장 극적인 헌정 위기의 경험까지 반영하여, 헌법 규범과 헌정 현실의 관계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이 책은 학자의 권위로 쓰인 것이 아니다. 헌법학자가 아닌 한 사람이 꼬박 3년에 걸쳐, 수많은 논문과 저술과 판례를 확인하며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 기록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교양서이다. 헌법을 처음 접하는 시민이든, 법을 공부하는 학생이든, 혹은 법 전문가이든, "헌법은 완성된 진리의 문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규범이다"라는 인식에 한 걸음 다가서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