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곧 법이며, 거대 기업 '청룡사'의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현대 서울. 공권력이 자본의 논리 앞에 무력하게 무릎 꿇은 도심의 그림자 속에서, 잊혔던 고대의 무학(武學)이 다시 깨어난다.
멸문한 살수 문파 '무영문'의 마지막 계승자 한태준. 낮에는 평범한 심부름센터 사장으로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던 그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신음하는 약자들의 비명을 외면하지 못하고 다시 연검(軟劍)을 뽑아 든다. 마법도 영력도 존재하지 않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오직 인간의 근육과 신경을 극한으로 통제하여 얻은 '암경'과 '무영보'만이 현대 병기의 화력에 맞서는 유일한 대항마가 된다.
마천루 위를 가로지르는 서늘한 검기와 방탄복을 뚫고 장기를 뒤흔드는 둔탁한 타격음. 법이 포기한 정의를 되찾기 위해, 한태준은 스스로 시스템의 결함이자 치명적인 '사법'이 되어 서울의 밤을 심판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화려한 도시의 빛에 가려진 가장 어두운 곳에서 집행되는, 단 한 자루의 검에 실린 비정한 구원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