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의 시대라는 기만 아래 중원 무림은 정순한 진기만을 숭상하며 위선의 성을 쌓았다. 명문 정파의 비천한 종으로 살며 고수들의 오만한 대련을 지켜보던 사내 강혁은 단전이 아닌 뼈마디로 세상의 진동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그는 적의 혈도를 짓눌러 터져 나오는 진기를 근섬유의 떨림으로 치환하여 저장하는 금기된 신체 무학인 공명 흡수술을 완성한다.
강혁은 자신을 억압하던 고수들의 목을 꺾으며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는 적의 무공을 단순히 탈취하지 않는다. 상대가 평생을 연마한 절기의 궤적과 진동을 자신의 육체에 완벽히 동기화하여 더 압도적인 물리적 인과율로 되돌려준다. 적의 고통은 그의 양분이 되고 적의 정수는 그의 골격에 새겨지는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숭산의 대지 위에서 펼쳐지는 만찬 끝에 강혁은 인간의 형상을 넘어선 수라의 골격으로 각성한다. 위선으로 치장된 무림의 질서를 통째로 씹어 삼키고 스스로 무의 새로운 맥락이 된 사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것은 도(道)를 닦는 무인의 서사가 아니라 가장 근원적인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신화적 존재가 되어버린 한 포식자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