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와 수치로 완벽을 기하던 26세의 젊은 셰프 서하늘. 그녀가 이번에 발을 디딘 곳은 수백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안동의 깊은 산세 아래 자리 잡은 종택이다.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굴절시키는 ‘석염(石鹽)’과, 가문의 영혼이라 불리는 ‘씨간장’의 위엄이었다. 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던 현대식 레시피는 종부의 서슬 퍼런 눈빛과 옹기가 내뱉는 묵직한 숨소리 앞에서 한낱 치기로 전락한다. 하늘은 차가운 새벽 이슬을 맞으며 옹기의 숨구멍을 닦고, 비로소 재료를 대하는 경건한 태도와 인고의 시간을 배워나간다.
사물의 결을 읽어내는 예리한 감각의 조력자 유진과 함께 펼치는 안동에서의 미식 여정. 소금이라는 단단한 뼈대가 발효라는 농밀한 살점을 만나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로 거듭나는 찰나, 차가운 놋그릇 위로 시간의 결을 담아낸 장엄한 만찬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