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도 안 누르고 온 미래, 반품하시겠습니까?
아마 여러분은 ‘미래’라고 하면 은색 쫄쫄이 옷을 입고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거나, 머리에 안테나를 하나씩 꽂고 화성으로 출근하는 거창한 풍경을 떠올리셨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26년 오늘, 우리가 마주한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뻔뻔하고 조용하게 우리 집 현관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벨도 안 누르고, 송장 번호도 없이, 마치 "나 원래 여기 살았는데?"라는 표정으로 거실 소파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죠. 이 책은 바로 그 예의 없는 손님, '미래'를 어떻게 하면 내 편으로 만들고 유쾌하게 부려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주 사적인 복수극이자 친절한 가이드북입니다.
사실 인류는 언제나 미래를 '예언'하려고 애써왔습니다. 19세기 말, 미국의 한 특허청 직원이 "이제 발명될 수 있는 건 다 발명됐다"며 사표를 던지려 했다는 웃지 못 할 일화처럼, 우리는 늘 눈앞의 선만 보고 그 너머를 짐작하곤 하죠.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우리의 좁은 식견을 비웃으며 흘러왔습니다. 마차 대신 자동차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말보다 느리고 시끄러운 고철 덩어리"라며 비웃었지만, 결국 말들은 경마장으로 은퇴했고 자동차는 우리의 발이 되었습니다. 미래는 이처럼 우리가 던진 비웃음과 의구심을 먹고 자라나,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되어 우리를 지배하곤 합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다룰 '미래 사용 설명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사양을 나열하는 지루한 매뉴얼이 아닙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보다 '즐기는 자'에게 더 관대합니다. 내 일자리가 로봇에게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며 밤잠을 설치기보다는 "로봇 상사가 내 기안서를 검토하는 동안 나는 어떤 철학적인 뻘짓(?)을 하며 놀까?"를 고민하는 태도가 훨씬 생산적이라는 뜻입니다. 숫자로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부자가 되는 법도, 베란다에서 논을 일구는 법도 결국 "이게 왜 안 돼?"라는 엉뚱한 질문과 "한번 해보지 뭐"라는 배짱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앞으로 '감각의 재구성'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기후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스테이크를 뻔뻔하게 즐길 수 있는지, 그리고 수직 농장이 어떻게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지를 하나씩 살펴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은 때로 "세상이 정말 이렇게 변한다고?"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20년 전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배달 음식을 시키고 화상 통화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그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미친 소리처럼 들렸을 테니까요. 미래는 언제나 상상력이라는 연료를 태워 현실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