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세기는 그저 흘러가지만, 어떤 세기는 하나의 양식이 된다. 17세기 프랑스가 그렇다. 프랑스인들은 이 시대를 '르 그랑 시에클(Le Grand Siècle)', 곧 '위대한 세기'라고 부른다. 위대하다는 말은 늘 어딘가 부담스럽지만, 이 시대에 한해서는 다른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한 나라의 언어와 문학과 예술과 권력이 하나의 양식 아래 모이는 일이 흔치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프랑스적'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상당수는 사실 17세기에 만들어졌다. 단정하고 절제된 문장,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형식 안에 담아 보여 주는 태도, 이성과 균형을 미덕으로 여기는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교양 있는 대화'라는 것을 사회적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 이 모든 것이 베르사유와 파리의 살롱, 그리고 인쇄소에서 동시에 빚어졌다.
이 책은 그 시대의 문학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다만 문학만 따로 떼어 보지는 않을 것이다. 17세기 프랑스 문학은 한 시대의 정치, 종교, 권력, 사교, 그리고 유럽 전체의 격변과 떼어 놓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르네유의 비극은 30년 전쟁의 한복판에서 쓰였고, 파스칼의 사유는 얀선주의 논쟁이라는 신학적 갈등 위에 서 있으며, 라파예트 부인의 소설은 루이 14세의 궁정이라는 무대를 빌려 인간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다. 문학은 시대의 침전물이다. 그 침전물을 제대로 읽으려면 시대를 함께 마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