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막 식어가던 한 자리에 1만 년 전 처음 사람이 발을 디뎠다. 그 후 천 년에 가까운 독립 왕국이 일어섰다 사라졌고, 본토 행정 안으로 편입되어 가는 천 년의 변모가 이어졌다. 200년의 갇힘이 한 사회의 결을 안으로 깊이 짰고, 풀리는 자리에 곧바로 식민지의 무게가 들어섰다. 한 시대의 가장 깊은 비극이 1948년 4월의 봄에 시작되어 7년 동안 한 섬의 1/10을 데려갔고, 그 무게 위에서 한 사회가 다시 일어서는 시간이 70년에 걸쳐 흘렀다.
이 책은 그 한 섬의 1만 년을 한 권으로 따라가는 통사다. 신석기시대 고산리에서 시작해 탐라국의 천 년, 고려 삼별초의 마지막 항쟁과 항파두리, 조선시대 김정희의 「세한도」와 김만덕의 결단, 일제강점기 1932년의 해녀항일운동과 결7호 작전의 흔적, 4·3사건의 가장 깊은 침묵과 진상규명의 길, 그리고 21세기 평화의 섬·세계자연유산까지—한 섬의 모든 시간을 한 흐름으로 묶었다.
제주(濟州). 건널 제, 고을 주. 바다를 건너야 닿는 땅. 그 이름 안에 한 섬의 모든 운명이 들어 있다. 이 책은 그 운명의 결을 천천히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