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추론의 이론을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성향점수 매칭으로 처치군과 대조군을 짝지어 비교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중차분법으로 정책 효과를 추정할 수 있게 되었고, 도구변수법으로 내생성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도 익혔다. 그런데 실제 분석 현장에서 매번 부딪히는 것은 방법론 자체의 어려움이 아니다. 데이터를 읽고, 변수를 식별하고, 적절한 방법론을 고르고, 가정을 검증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일련의 흐름을 매번 수작업으로 반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도구를 호출하며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에이전트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 두 흐름이 만나면, 연구 질문을 자연어로 받아 데이터를 탐색하고, 적절한 방법론을 선택하고, 가정을 검증하고, 추정과 해석까지 수행하는 인과추론 에이전트가 가능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하고 구축하는 과정을 다루는 책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인과추론의 9가지 방법론 — 평균 차이 추정, 선형 회귀, 이중차분법, 도구변수법, 회귀불연속설계, 성향점수 매칭, 역확률 가중법, 백도어 조정, 일반화 성향점수 — 는 각각 고유한 가정과 적용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데이터 구조와 연구 설계에 따라 올바른 선택이 달라진다. 이 책은 각 방법론을 하나씩 구현하고, 그것을 LLM 에이전트의 도구로 재구성한 뒤, 에이전트가 스스로 방법론을 골라 분석을 수행하는 전 과정을 다루는 실전 구현 가이드다.
현재 우리는 인과 AI(Causal AI)의 시대에 들어서 있다. 단순히 ‘예측이 잘 맞는가’만 묻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의료에서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효과적일지, 정책에서 어떤 개입이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지, 비즈니스에서 어떤 가격 변화가 매출을 끌어올리는지 — 이 모든 질문은 상관이 아닌 인과를 묻는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에 자연어로 답하는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방법의 이름을 아는 것과, 그 작동 원리를 손으로 직접 이해하고 에이전트의 도구로 재구성해 본 것은 전혀 다른 역량이다. 이 책을 마칠 때쯤이면, 연구 질문을 받아 데이터를 탐색하고, 적절한 방법론을 선택하고, 가정을 검증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인과추론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