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잘 곳이 없어 경무대(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떠도는 청년. 그곳에서 만난 건 지친 노숙인들과 병든 모자 거지, 그리고 그들을 내쫓아야 하는 수직꾼이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서울. 가난과 배고픔 속에서도 체념과 냉소 너머 서늘한 희망이 깃들던 이야기. 〈한여름밤〉은 조명희 작가가 1927년에 발표한 단편으로, 100년 전 여름밤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뜨거운 밤에 가장 약한 자들이 가장 먼저 쓰러졌던 현실은 오늘 우리의 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함께 수록된 〈저기압〉에서는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얻고도 여전히 가난과 권태 속에 허덕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월세방에서 쫓겨나고, 월급을 받지 못해 방황하던 그의 하루는 이 시대 노동자들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숨이 턱 막히는 여름날, 100년 전 조선의 여름으로 잠시 타임슬립해보자. 그리고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여름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북도슨트 한잔 프로젝트. 차 한 잔 마시듯 읽는 근대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