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1912년, 미국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 마운트 호프. 추수감사절 저녁의 어스름 속에서 한 노 잡화상이 자기 가게 뒤편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친 채 발견됩니다. 시신을 처음 본 사람은 동네의 가로등지기, 자기 자신을 무법자의 시절의 영웅으로 자랑하는 작은 사내 슈림플린이었습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마운트 호프가 손가락을 가리킨 것은 어둠 속의 진범이 아니라, 마침 그날 저녁 가게를 다녀간 한 청년 ─ 가산을 탕진하고 마을을 떠나려던 존 노스였습니다.
위증이 만들어지고, 정황이 모이고, 평결이 내려집니다. 사형 집행일은 6월 10일 아침. 노스의 변호사는 진실을 가장 가까이 알면서 가장 먼저 등을 돌린 옛 친구이고, 그를 누명 씌운 잡일꾼은 술잔을 들이키며 양심을 토하지만 매번 도박꾼의 주먹 앞에서 무너집니다. 사랑하는 약혼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콜럼버스의 주지사를 찾아가 마지막 자비를 호소하지만, 사건은 이미 늙은 자의 손을 떠난 차였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진범은 자기 아버지의 응접실 의자에 앉아 ─ 자기 가족이 차린 저녁 식탁에서 ─ 한 무고한 사내의 목에 올가미가 걸리는 광경을 매일같이 지켜봅니다.
이 작품의 진짜 무거움은 살인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진실을 아는 자가 한 사람씩 늘어 가는데도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는 ─ 그 침묵의 사슬에 있습니다. 진범의 아버지는 사법관으로서 자기 아들에게 어떻게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을지를 묻습니다. 진범의 아내는 자기 한 마디면 노스를 살릴 수 있음을 알면서, 그 한 마디 뒤에 따라올 가족의 비극을 두려워합니다. 술꾼 잡일꾼은 자기 양심을 한 번 토하고는 매번 다시 비루한 삶으로 돌아갑니다. 작은 마을의 친밀한 공동체가 ─ 그 친밀함 자체로 인해 ─ 한 사람에게 거짓을 매달아 두는 가장 단단한 그물이 됩니다.
본 케스터(Vaughn Kester, 1869~1911)는 이 이야기를 1900년대 미국 시골의 평범한 사람들 ─ 가로등지기, 잡일꾼, 시골 변호사, 노 정치인 ─ 의 일상 어휘로 풀어냅니다. 한 사람이 살해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잘못 살해될 뻔했기 때문에 흔들리는 작은 마을. 그 흔들림 속에서 누가 정의로운 자이고 누가 불의한 자인가를 묻는 ─ 작가가 작품 원제 The Just and the Unjust에 담아 둔 ─ 그 질문이 이 책의 진짜 골격입니다.
본문 중에서
천천히 그러나 가차없이 마셜의 말의 온전한 의미가 판사에게 다가 왔다. 그가 말없이, 공포에 눌린 채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시 두 사람이 말 없이 서서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곧 판사가 마셜의 옆으로 슬며시 다가왔다.
"내가 잘못 알아들은 거라고 말해 다오!" 그가 자기 아들의 팔에 떨리는 손을 얹으며 애원하듯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