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동시나무, 첫 꽃망울을 터트리다
한겨레아이들의 첫 동시집이 어린이들을 찾아간다. 그동안 옛이야기, 국내외 창작동화, 그림책 등 다양한 문학 도서를 선보여 왔던 한겨레아이들은 동시집 출간을 시작하며 어린이 문학 출판의 기반을 한층 더 다지게 되었다.
최근 우리 동시가 달라졌다. 삶과 글의 일치를 꿈꾼 교육운동의 일부분이었던 동시, 동심천사주의의 틀에 갇혀 있던 동시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와 형식, 시선, 목소리를 담기 시작했다. 김용택, 최승호 시인의 동시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동시는 골방에서 세상으로 나왔다. 신인 작가들이 잇달아 등단하고 기성 시인들이 동시로 눈길을 돌리면서 작가층은 두터워지고, 독자층도 넓어졌다. 이제 동시는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많은 작가, 교사, 부모들이 오늘도 동시앓이를 하고 있다.
‘한겨레 동시나무’ 시리즈는 1권 이정록 동시집 《지구의 맛》, 2권 유미희 동시집 《오빤, 닭머리다!》로 출발한다. 《지구의 맛》은 한층 성숙하고 깊이 있는 시어로 동시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는가 하면, 《오빤, 닭머리다!》에서는 다정한 눈길로 어루만진 어린이들의 발랄한 속내를 엿볼 수 있다.
한층 깊고 의젓해진 동시의 세계
이정록 시인은 시와 동시 가릴 것 없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어른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사유의 깊이와 개성, 감칠맛 나는 시어가 동시에도 고스란히 살아나고 있다. 때로 시인 특유의 재치와 리듬은 동시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기도 한다. 2009년 발표한 〈콧구멍만 바쁘다〉는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며 널리 사랑을 받았고, 같은 제목의 첫 동시집이, 동시집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됐다. 두 번째 동시집 《저 많이 컸죠》에서 한 뼘 더 자란 코흘리개는 세 번째 동시집 《지구의 맛》에 와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화자는 이제 외로움, 슬픔 같은 감정과 마주하고(〈우는 아이〉 〈우유 주머니〉), 어른들의 세상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보름달 돈가스〉 〈탑골공원〉), 주변을 서성거리며 사유의 폭을 넓힌다(〈골목〉). 《지구의 맛》은 동시의 감성과 사유가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동시에, 이정록 동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이의 즐거움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바보〉 〈와삭와삭〉 〈사랑〉 같은 시가 언어유희의 맛을 보여 준다면, 〈도토리 키 재기〉 〈하늘 달리기〉 〈텃밭 반장선거〉는 빼어난 상상력으로 이정록표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오윤화의 그림은 동시의 상상력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열무를 이고 온 할머니와 고층 아파트가 하나 된 〈고랭지 채소〉, 빗방울이 번지 점프를 하는 〈소나기〉, 한 접시 지구를 여행하는 〈달팽이〉 그림이 수작이다.
이 동시집은 〈옥수수수염〉으로 시작해 〈달팽이〉로 끝난다. 머리가 자랄수록 ‘꼬임’을 경험하며 어리둥절해하던 화자가 맨 뒤에 와서는 호기롭게 지구의 맛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옥수수수염〉과 〈달팽이〉 사이에는 ‘성장’이 있다. 세상의 맛이 궁금한 작은 여행자들이 읽으며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동시집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