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20세기 초 미국 문단에서 한 자락의 단단한 솜씨로 두드러졌으나 41세에 일찍 떠나 오래 잊혀 있던 한 작가, 본 케스터의 단편 13편을 한국어로 처음 옮겨 한 권에 묶었다.
작품의 무대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 카네기와 록펠러가 미국 경제를 손에 쥐고, 한 줌의 거부들이 길드 시대(Gilded Age) 의 마지막 영광을 누리던 그 무렵의 미국이다. 그러나 본 케스터의 시선은 그 도금된 표면이 아니라 그 아래의 그림자를 향한다. 애팔래치아 산골의 가난한 가족이 한 차례 살인의 그림자에 휘말리는 〈권력의 손〉, 미 서부 무법자의 짧은 영광과 차가운 결말을 그린 〈라스베이거스의 무법자〉, 한 가난한 회계원이 자기의 모든 것을 한 차례의 도덕적 결단에 거는 〈조상의 피〉, 19세기 말 미국 정부의 인디언 학살 정책을 정면으로 들춰낸 〈혼혈인〉, 백만장자의 자기 정당화 논리를 한 명의 아일랜드계 화부가 거꾸로 적용해 통쾌하게 무너뜨리는 〈피니 씨의 사회 실험〉 — 이렇게 13편의 작품이 차례로 펼쳐진다.
작품집을 닫는 마지막 한 편이자 표제작 인〈사람이 가진 모든 것〉은 본 케스터가 스무 살에 쓴 자전적 단편이다. 가난하지만 점잖은 한 가정의 청년 작가 필립이, 자기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은 1,000달러를 형의 횡령을 메꾸는 데 쓰고, 자기 약혼녀를 부유한 다른 사내에게 잃고, 친구들의 비극을 차례로 지켜본 끝에, 자기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자루의 펜을 집어 드는 마지막 결단을 이야기 한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무엇과 맞바꾸는가 — 단편집 전체의 도덕적 질문이 마지막 한 줄에 응결된다.
본 케스터는 그 시대의 어떤 미국 작가보다 한참 앞서 원주민 학살의 잔혹함, 자본주의의 자기 정당화의 위선, 작은 동네의 점잖음 뒤에 숨겨진 도덕적 실패 를 똑바로 직시한 작가였다. 그가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미국 문학사의 어떤 자리에 놓였을지 — 이제 우리는 짐작할 수밖에 없다. 한 잊힌 거장의 빛나는 솜씨를 한국 독자에게 처음 소개하는 책이다.
본문 중에서
장교가 갓난아이들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개들을 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가끔씩 개들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움직이거나, 아니면 군인의 조준이 흔들려서 개가 아니라 그 갓난아이가 총에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