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봄밤, 수원 광교 호수공원 인근에 거대한 금속 원통체 하나가
떨어졌다.
프리랜서 작가 이준혁은 그것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인파가
몰렸고, 유튜브 라이브가 켜졌고, 재난 문자가 울렸다. 경찰이 통제선을
쳤다. 그리고 원통체가 열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음의 열광선이 군중을 휩쓸었다. 삼각 전투기계가
43번 국도를 밟으며 북상했다. K2 전차가 투입되었고, 한강 방어선이
무너졌으며, 서울 대피령이 내려졌다. 독도함은 인천 앞바다에서 최후의
돌격을 감행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지 않는다.
H.G. 웰스의 SF 고전 『우주전쟁』(1898)을 현대 대한민국 수도권
배경으로 새롭게 옮긴 각색 소설. 원작의 서사 구조와 철학적 깊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스마트폰과 재난 문자와 SNS 속보가 뒤엉킨 오늘의
한국에서 침공이 벌어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정밀하게 그려낸다.
문명은 생각보다 얇고, 인간은 생각보다 질기다.
문명이 무너진 자리에, 인간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