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도록
그림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림은 늘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해보고 싶은 일” 정도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시기,
큰아이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고
둘째는 고3의 시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시간을 함께 지나면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조용히 견디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성격이라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수채화였습니다.
도서관 수업 첫날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그림도 기술입니다.
화가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다면 가능합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나는 화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수채화는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서툽니다.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수채화를 시작한 뒤로
나는 전보다 더 자주 웃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신 서툰 수채화가 한 사람의 시간을 어떻게 지나가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다면
이 책이
‘조용한 시작의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