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닿지 않은 시간 속에서〉
늦여름의 공기는 아직 다 식지 못한 채 아침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날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인사, 짧게 오간 몇 마디.
그런데 그 말끝에 남은 온도가 어딘가 달랐습니다.
나는 그 차이를 알아차리고도 모른 척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은 늘 그렇듯 흘러갔습니다.
신호에 걸린 차들, 바쁘게 걷는 사람들, 익숙한 거리의 풍경.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 마음 한쪽만 조용히 기울고 있었습니다.
말은 있었고, 웃음도 있었습니다. 괜찮다는 말도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끝내 같은 자리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그 사실이 선명해질수록 나는 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큰 사건보다 작은 어긋남에 오래 머뭅니다.
짧아진 말의 길이, 길어진 침묵의 틈, 묻지 못한 질문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그것은 상처라 부르기엔 작고,
지나쳤다고 말하기엔 너무 또렷합니다.
이 책은 그날을 되돌리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가려내기 위한 기록도 아닙니다.
그저 닿지 않았던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기 위해 적어 내려간 마음의 기록입니다. 말보다 늦게 도착한 마음을, 그날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을,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이해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완전히 닿지 못했다고 해서, 완전히 멀어진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때때로 닿지 않은 채로도 같은 하루를 살아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는 순간, 마음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혹시 당신에게도 아무 일 없던 하루가 유난히 오래 남아 있었던 적이 있다면,
이 글이 그 시간 곁에 잠시 놓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