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다시 읽기를 다시 펼칠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석보다 어느 장면에서 멈출지 정하는 일이다. ‘벽, 그림자, 도서관으로 읽는 후기 하루키의 기억 문법’이 예고하듯, 독서는 작품의 배경과 인물 관계, 상징의 반복을 함께 놓고 천천히 진행된다. 「첫사랑은 벽의 재료가 된다」에서 첫 질문을 세우고, 「그림자는 도시 바깥에서 몸을 지킨다」와 「도서관에 남은 사람들은 기억의 자리를 바꾼다」에서는 그 질문이 사건과 인물의 태도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다. 「눈과 침묵은 기억의 속도를 늦춘다」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긴 장면을 낯설게 만들며, 단순한 감상문으로는 놓치기 쉬운 여백을 남긴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다시 읽기를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재독하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문장 사이의 갈림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에필로그. — 벽이 흐려진 뒤에도 남는 발자국」은 작품을 덮은 뒤에도 남는 질문을 정리하게 해, 독자가 자기 언어로 해석을 이어가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