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다른 악마들, 이름 붙이는 권력》은 줄거리 요약보다 작품을 다시 읽게 만드는 질문의 위치를 바꿔 놓는다. ‘타인의 몸과 욕망에 악마라는 이름을 붙이는 마르케스 재독 비평’이 예고하듯, 독서는 작품의 배경과 인물 관계, 상징의 반복을 함께 놓고 천천히 진행된다. 「첫 독서는 사랑을 보았고, 두 번째 읽기는 이름의 손을 본다」에서 첫 질문을 세우고, 「사랑·악마·병, 한 몸을 둘러싼 세 문장」과 「시에르바 마리아의 몸은 어떻게 해석의 방이 되는가」에서는 그 질문이 사건과 인물의 태도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다. 「수녀원의 방과 식민지 도시가 몸을 판정하는 방식」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긴 장면을 낯설게 만들며, 단순한 감상문으로는 놓치기 쉬운 여백을 남긴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 이름 붙이는 권력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재독하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문장 사이의 갈림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에필로그. 이름이 사라진 뒤에도 몸은 남는다」는 작품을 덮은 뒤에도 남는 질문을 정리하게 해, 독자가 자기 언어로 해석을 이어가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