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 제0호와 가짜 뉴스의 문법을 다시 펼칠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석보다 어느 장면에서 멈출지 정하는 일이다. ‘발행되지 않은 신문과 조작된 정보의 문법을 읽는 재독 비평’이 예고하듯, 독서는 작품의 배경과 인물 관계, 상징의 반복을 함께 놓고 천천히 진행된다. 「풍자 뒤의 공장, 뉴스가 현실을 미리 주조하는 자리」에서 첫 질문을 세우고, 「0호의 권력, 없는 신문이 사람을 움직이는 방식」과 「실패한 지식인과 음모의 기자, 정보가 인물을 삼키는 순간」에서는 그 질문이 사건과 인물의 태도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다. 「편집실의 밀실, 보도 이전의 현실이 조립되는 방」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긴 장면을 낯설게 만들며, 단순한 감상문으로는 놓치기 쉬운 여백을 남긴다. 움베르트 에코 제0호와 가짜 뉴스의 문법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재독하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문장 사이의 갈림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에필로그. 비어 있는 지면의 밤」은 작품을 덮은 뒤에도 남는 질문을 정리하게 해, 독자가 자기 언어로 해석을 이어가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