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황제를 위하여와 허구의 제국을 다시 펼칠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석보다 어느 장면에서 멈출지 정하는 일이다. ‘허구의 제국은 어떻게 현실보다 강한 권위를 얻는가’가 예고하듯, 독서는 작품의 배경과 인물 관계, 상징의 반복을 함께 놓고 천천히 진행된다. 「웃음은 어디에서 황제를 놓치는가」에서 첫 질문을 세우고, 「빈 왕좌를 권위처럼 보이게 하는 것들」과 「믿음과 기록 사이에 선 사람들」에서는 그 질문이 사건과 인물의 태도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다. 「계룡산의 그림자는 어떻게 제국의 영토가 되는가」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긴 장면을 낯설게 만들며, 단순한 감상문으로는 놓치기 쉬운 여백을 남긴다. 이문열 황제를 위하여와 허구의 제국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재독하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문장 사이의 갈림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에필로그. 사라진 제국 뒤에 남은 말투」는 작품을 덮은 뒤에도 남는 질문을 정리하게 해, 독자가 자기 언어로 해석을 이어가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