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내는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줄거리 요약으로 소비하지 않기 위해 쓰였다. 이 소설은 오래전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낡은 역사물처럼 읽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작품이 전쟁을 거대한 사건으로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붙드는 것은 영웅의 승리도, 전략의 우열도, 세계사의 전환점도 아니다. 오히려 흙이 몸에 달라붙는 감각, 허기와 피로가 판단을 깎아내리는 방식, 죽음이 사람을 단숨에 없애기보다 조금씩 소모시키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겨우 붙드는 우정과 습관을 집요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전쟁을 설명하는 소설이 아니라,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닳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소설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이 작품을 반전소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넘어서, 전쟁이 어떻게 인간의 몸과 언어와 감정과 시간을 조직하는지까지 보여준다. 애국의 문장이 젊은이들을 밀어 넣는 방식, 훈련과 규율이 학생을 병사로 갈아 끼우는 방식, 참호가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이기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남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자기 상황에 맞춰 다시 점검할 수 있는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