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가장 늦은 온도로 사랑을 말하는 소설이다. 여기에는 첫눈의 황홀도, 오해를 재치로 밀어붙이는 활달함도, 결혼이라는 결말을 향해 성큼성큼 걷는 젊음의 자신감도 거의 없다. 대신 이미 한 번 지나가 버린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내렸던 판단, 그 판단의 뒤에 남은 침묵, 그리고 오래도록 말해지지 못한 마음이 천천히 쌓인다. 그래서 이 작품은 줄거리만 따라가면 조용해 보이고, 조용하다고 여기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설득은 사건이 적어서 약한 소설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뒤의 마음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오래 남는 소설이다. 이 안내는 설득을 독후감용 요약으로 압축하지 않는다. 대신 켈린치의 공기, 어퍼크로스의 생활감, 라임의 바닷바람, 바스의 사교적 소음 속에서 앤 엘리엇과 웬트워스가 어떻게 다시 서로를 읽게 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앤이 남의 판단에 내맡겨 두었던 자기 목소리를 어떻게 되찾는지를 따라간다. 오만과 편견 다음에 오스틴을 더 깊이 읽고 싶은 독자, 설득을 이미 읽었지만 왜 이상하게 이 작품의 마지막이 오래 남는지 알고 싶은 독자, 북클럽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찾는 독자에게 이 안내는 한 번 더 펼칠 이유를 건넬 것이다. 비슷한 상황 앞에서 매번 흔들렸던 독자라면 자신의 선택을 기록하고 조정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