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를 괴담집으로만 알고 있다면 이 작품집의 절반만 알고 있는 셈이다. 귀신이 나오고, 여우가 둔갑하고, 저승과 인간 세상의 경계가 문득 포개지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장식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더 천천히 읽으면, 그 기이한 장식이 사실은 인간 현실을 꿰뚫기 위한 우회로였음을 알게 된다. 포송령은 현실을 정면으로 훈계하지 않았다. 대신 인간 아닌 존재를 불러 인간의 욕망과 위선, 연민과 체면, 사랑과 결핍을 비추었다. 이 안내는 요재지이를 줄거리 요약집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표 작품 몇 편을 교과서식으로 얇게 정리하는 데서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수백 편의 단편이 만드는 공기와 반복, 여우와 귀신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빛나는 순간, 웃음이 풍자로, 풍자가 다시 서늘한 진실로 바뀌는 지점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묶는다. 읽는 독자에게는 가장 넓은 입구를, 이미 일부 작품을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다시 펼칠 이유를 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줄거리 요약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의 말, 반복되는 장면, 결말 뒤에 남는 감정을 따라가며 재독의 입구를 만든다. 한 번에 바꾸려는 사람보다 작게 확인하고 꾸준히 고쳐 가려는 사람에게 더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