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내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을 줄거리 소개 차원에서 훑어보는 해설서가 아니다. 이 작품은 지방 청년의 출세 실패를 그린 고전소설로 흔히 요약되지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미 절반쯤 놓친 셈이 된다. 발자크가 이 소설에 집요하게 밀어 넣은 것은 한 젊은이의 허영만이 아니라, 재능이 평판으로 바뀌는 과정, 언어가 상품이 되는 순간, 문학이 인쇄와 제지와 신문과 후원과 빚의 회로 안으로 끌려들어가는 장면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낭만이 무너지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한 사람의 꿈을 어떤 방식으로 가공하는지 보여주는 장대한 해부도이다. 이 해설은 그 해부의 칼끝을 따라가려 한다. 뤼시앵 드 뤼방프레라는 아름답고 위험한 청년만을 보지 않고, 다비드 세샤르의 인쇄소와 종이, 에브의 성실, 바르제통 부인의 살롱, 파리의 신문과 극장, 다르테즈의 느린 노동, 루스토의 빠른 감각, 코랄리의 사랑, 프티 클로와 쿠앵테 형제의 법적 계략까지 함께 읽어 보려 한다. 잃어버린 환상은 길고 복잡한 소설이지만, 결정적 장면 몇 개를 제대로 짚어 놓으면 오히려 또렷해진다. 당장 모든 답을 고르기보다, 오늘의 선택을 조금 더 정확히 나누고 싶은 독자에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