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내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줄거리나 교훈으로만 요약하지 않고, 작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장면과 구조의 차원에서 다시 읽기 위해 쓰였다. 많은 독자에게 이 작품은 이미 익숙하다. 한 사람 안에 선한 인격과 악한 인격이 공존한다는 설명은 너무도 널리 퍼져 있어, 소설을 읽기도 전에 결론을 먼저 안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의 힘은 그 유명한 도식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도식이 작품을 얼마나 쉽게 납작하게 만드는가를 깨닫는 순간, 소설은 비로소 낯설게 열린다. 이 안내는 바로 그 낯섦을 회복하려 한다. 스티븐슨은 괴물을 보여 주는 작가가 아니라, 괴물이라는 이름이 인간 내부의 어떤 곤란을 가리는 방식을 집요하게 보여 주는 작가에 가깝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악이 선을 공격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자기 안의 욕망을 따로 떼어 내어 관리하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의 위험한 소망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다룬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고딕 소설이면서도 심리소설이고, 추리 서사이면서도 근대 도시와 신사 문화의 위선을 드러내는 사회소설이 된다. 당장 모든 답을 고르기보다, 오늘의 선택을 조금 더 정확히 나누고 싶은 독자에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