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저포기는 자주 짧게 소개된다. 남원에 사는 총각 양생이 절에서 부처와 저포놀이를 하고, 그 대가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뒤늦게 그녀가 이미 죽은 존재였음을 알게 되는 이야기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오래 붙드는 힘은 줄거리의 기이함보다, 이미 떠난 존재가 다시 돌아와 산 자의 시간을 흔드는 방식에 있다. 이 안내가 ‘죽은 사랑이 돌아오는 밤’이라는 이름을 택한 까닭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접하는 독자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줄거리만 알고 있던 독자에게는 다시 읽기의 렌즈가 되도록 짜였다. 만복사의 문턱, 저포놀이의 판, 법당의 밤, 대상의 행차, 제사의 식탁, 마지막 음성, 지리산으로 향하는 결말을 차례로 따라가며 사랑·죽음·환상·애도의 구조를 풀어 간다. 그러므로 이 책의 관심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보다 ‘그 일이 남겨진 삶을 어떻게 다시 쓰는가’에 있다. 줄거리 요약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의 말, 반복되는 장면, 결말 뒤에 남는 감정을 따라가며 재독의 입구를 만든다. 익숙한 주제를 다시 보려는 독자에게 필요한 만큼의 설명과 바로 써 볼 질문을 함께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