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면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춘다. 캠프파이어 앞에서, 늦은 밤 인터넷 게시판에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풍경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세계 괴담 사전》은 그렇게 태어난 이야기 스물네 편을 모은 책이다.
일본 아오키가하라 숲에서 시작해 태국의 운하 마을, 루마니아 브란성, 멕시코 강가, 잔지바르의 골목, 하와이 옛길까지… 다섯 대륙을 가로지르며 각 지역의 괴담을 추적한다. 괴물의 이름과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그 괴물을 통해 말하려던 것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이 책이 다른 공포 앤솔로지와 구별되는 지점은 분명하다. 단순히 무섭기만 한 이야기를 모으지 않았다. 스물네 편 모두 한 가지 원칙을 따른다.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충분히 즐기되, 그 이야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가능한 한 분명하게 밝힌다.
1995년 잔지바르를 휩쓴 포포바와 소동처럼 당시 외신과 현지 경찰 기록이 남아 있는 사례, 한 권의 소설에서 출발해 수백 년에 걸쳐 부풀려진 루마니아 뱀파이어 전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태어나 채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현실 사건으로까지 이어진 슬렌더맨까지. 민속학 채록 자료, 현지 박물관의 공식 자료, 당시 언론 보도, 인류학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각 이야기의 뿌리를 짚는다.
괴담은 한 공동체가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었고, 위험한 곳과 안전한 곳을 구분하는 지도였으며, 말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건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통로였다. 토콜로셰 이야기 속에는 침대를 높이는 생활 관습이 들어 있고, 나이트 마처스 이야기 속에는 사라진 왕국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다. 두려움이라는 거울에 비친 인류의 자화상을 이 책은 지도 위에 펼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