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겨울, 한반도 상공에 정체불명의 은빛 전투기들이 출현했다. 미국 공군은 충격에 빠졌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 이후 누구도 도전할 수 없다고 믿었던 하늘의 패권이 순식간에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 전투기의 이름은 MiG-15 파고트(Fagot).
MiG-15는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전후 세계 질서와 냉전의 균형을 뒤흔든 혁명적 무기였으며, 제트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영국의 롤스로이스 니네 엔진 도입이라는 기묘한 국제정치의 산물에서 시작해, 독일의 후퇴익 연구 성과를 흡수한 소련 항공기술의 집약체로 완성된 MiG-15는 당시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미국의 F-86 세이버와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제트 전투기 공중전을 벌이며 전설이 되었다.
이 책은 MiG-15의 탄생 배경부터 개발 과정, 기술적 특징, 무장 체계, 조종사의 운용 경험, 한국전쟁에서의 실전 활약, 그리고 세계 항공사에 남긴 유산까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스탈린의 결단, 영국 정부의 치명적 오판, 미코얀-구레비치 설계국의 도전, 압록강 상공에서 벌어진 격렬한 공중전, 그리고 냉전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수많은 조종사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