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 마디도 하지 못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글로 가는 길을 발견하고, 미술의 자리를 거쳐 번역의 자리로 옮겨오고, 여수의 바닷가에 작은 서재를 두고 책을 펴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 모든 자리를 통과해 지금 여기에 와 있다. 그러나 여기가 마지막 자리는 아니다. 다시 한 번 가는 일이 남아 있다. 곤이 다시 몸을 들썩인다. 어디로 갈지 아직 다 알지 못한 채로.
그가 어디까지 날아가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간다는 것만은 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