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자락에 하얀 구절초가 피어나면 들판에는 은은한 위로의 향기가 번져갑니다. 달콤한 감국은 노란 햇살 같은 웃음으로 지친 친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거센 파도와 바닷바람을 견뎌낸 해국은 절벽 위에서도 꿋꿋하게 보랏빛 희망을 피워냅니다. 깊은 산속의 용담꽃은 신비로운 종소리 같은 빛으로 슬픈 마음을 다독여 주고, 키다리 마타리는 높은 들녘에서 길을 잃은 친구들에게 다정한 이정표가 되어주며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조화의 가치를 들려줍니다.
담장을 따라 별처럼 피어난 으아리는 끈기와 인내의 힘으로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밤이 되어서야 노란 꽃등을 밝히는 달맞이꽃은 기다림과 그리움의 소중함을 전해줍니다. 불꽃처럼 붉게 타오르는 석류꽃은 수많은 보석 같은 열매를 맺어 풍요와 행복의 기쁨을 나누어 주고, 꽃 없이 열매를 품는 무화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아름다운 꽃은 피어난다는 겸손한 지혜를 들려줍니다. 저마다 다른 꽃빛과 향기를 가진 요정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며 깊은 생명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하얀 눈송이처럼 들녘을 수놓는 빈도리는 속을 비운 유연함으로 거센 바람을 견디며 모두를 이어주는 따뜻한 웃음을 전합니다. 계절의 경계에서 피어난 열 가지 꽃 요정들은 척박한 바람과 긴 기다림 속에서도 끝내 자신만의 꽃과 열매를 피워내며 찬란한 생명의 노래를 완성하지요. 화려함보다 내면의 단단함을, 빠른 성장보다 서로를 보듬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꽃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기만의 빛을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 어우러질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전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