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 산이 한 마을을 삼켰다.
그리고 지금, 다시 깨어나고 있다.
_ 발해의 멸망에서 통일한국의 여명까지 - 전 10권의 동아시아 대서사, 그 첫 권
서기 926년 음력 9월. 백두산 자락의 작은 마을 천지촌에 마지막 밤이 내린다. 발해는 무너졌고, 산은 곧 모든 것을 삼킬 참이다. 한 사내가 잠든 아들을 들쳐 업고 불타는 마을을 등진다. 그가 품에 넣은 것은 한 통의 기록 - 천 년을 건너야 할 약속이었다.
그리고 2057년. 발해사를 연구하는 학자 강민호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서재에서 오래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천 년 전 천지촌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 김덕문의 흔적이었다. 같은 시각, 한쪽에서는 새로 지은 신도시의 콘크리트가 설계 강도의 75%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한 안전검사관의 손에 잡히고, 태평양 건너에서는 한 화산학자가 백두산 칼데라의 미세한 융기를 포착한다. 가문의 기억, 무너지는 양심, 깨어나는 산 - 서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밤에서 눈을 뜨기 시작한다.
「백두산, 천 년의 서사」는 926년의 파멸과 2057년의 파멸을 하나의 뿌리로 엮어 낸 전 10권의 장편소설이다. 천 년 전 한 나라를 지운 화산은 다시 떨림을 시작하고, 그 아래에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남긴 균열 - 줄어든 시멘트, 외면당한 경고, 시간이 묻어 줄 것이라 믿는 마음 - 이 조용히 자라고 있다. 작가는 묻는다. 산의 균열과 인간의 균열은 어쩌면 같은 뿌리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세계 신화에서 인간 마음의 원형을 길어 올려 온 작가 차재민의 첫 장편소설이자, 신화와 현실을 잇는 ‘뮈토피크션(Mythofiction)’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1권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나다」는 거대한 서사의 씨앗이 뿌려지는 권 - 가문의 기록과 과학의 경고와 한 사람의 양심이 한반도의 운명과 겹쳐지기 시작하는, 천 년의 첫 장이다.
자연은 인간의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인간이 백 년을 사는 동안, 산은 천 년을 준비한다. 그 천 년이, 이제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