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의 어느 금요일 오후 5시 21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미국 상무장관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앞으로 보낸 수출통제 명령서였습니다. 회사가 사흘 전 막 공개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모델을, 외국 국적자는 누구도 쓸 수 없게 차단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시간으로 국적을 가려낼 방법이 없던 앤스로픽은 결국 전 세계 모든 고객을 향해 그 모델의 문을 한꺼번에 닫았습니다. 자기 회사 직원 중 외국 국적자까지 포함된 전면 차단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 밤에서 시작합니다.
가죽 장인의 아들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창밖에서 닷컴 붐이 폭발하는 동안 그 아이는 상업 웹사이트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가 끌린 것은 우주의 근본 원리였습니다. 칼텍을 거쳐 스탠퍼드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린스턴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과정을 시작한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방향을 틉니다. 오래 앓던 희귀병으로 아버지를 잃고 몇 년 뒤, 같은 병의 치사율이 절반에서 5퍼센트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과학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그 생각이 그를 생물물리학으로, 다시 인공지능으로 이끌었습니다.
바이두와 구글을 거쳐 오픈AI 연구 부사장이 된 그는 GPT-2와 GPT-3 개발을 이끌며 스케일링 법칙을 정립합니다. 모델을 키우면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발견이었습니다. 그러나 능력이 폭발하는 동안 안전 연구가 따라잡지 못한다고 판단한 그는 2020년 12월, 동생 다니엘라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오픈AI를 떠납니다. 그리고 2021년 앤스로픽을 세웁니다.
이 책은 한 인간의 성장기인 동시에, 통제 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한 회사의 분투기입니다. 헌법적 AI와 기계론적 해석 가능성 같은 기술의 풍경을 초등학교 6학년도 알아들을 수 있게 풀어내면서, 동시에 펜타곤과의 충돌, 대통령의 비난, 법정 다툼, 수출통제로 이어지는 권력과의 정면 대결을 장면으로 그려냅니다. 그 한가운데 봉합되지 않은 세 가지 모순이 있습니다. 상업화 노선과 투명성 노선의 갈등, 정부 권력과의 충돌, 그리고 칩 수출통제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동시에 그 정부와 싸우는 한 사람의 모순입니다. 이 책은 그 모순을 매끄럽게 정리하지 않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것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