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드리는 기도, 백 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그리움
1913년, 유럽 바깥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동방 시인이 있었다. 인도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그 손에 상을 안긴 시집이 바로 『기탄잘리』다. '노래의 바침'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신께 바치는 백세 편의 노래다. 본디 벵골어로 쓰이고 곡이 붙은 노래였던 것을 시인이 스스로 영어 산문시로 옮겼고, 그 가락에 매혹된 W. B. 예이츠가 서문을 보태 세상에 내놓았다.
타고르의 신은 사원 깊은 곳에서 경배만 받는 신이 아니다. 농부가 땅을 갈고 길 닦는 이가 돌을 깨는 그곳에, 가장 가난하고 미천하고 길 잃은 이들 곁에 함께 있는 신이다. 그래서 신을 향한 헌신은 곧 사람을 향한 사랑이며, 세상을 등지는 일이 아니라 세상 한복판으로 내려가는 일이다.
시인은 늘 자신을 비운다. 신 앞에 선 빈손의 거지이고, 신이 부는 갈대 피리다. 그러나 그 비움은 가장 큰 채움을 위한 자리다. 연꽃과 등불, 칠월의 비와 강을 건너는 나룻배 — 벵골의 맑은 심상들이 그 그리움을 실어 나른다. 뒤로 갈수록 깊어지는 죽음의 노래마저, 여기서는 두려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는 귀향이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그 노래에 귀 기울이는 동안 우리 마음에도 같은 그리움이 차오르게 한다. 한 줄을 읽는 것만으로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던 그 시집을, 이제 우리말의 가락으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