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거문도. 대영제국과 차르 러시아가 전 세계를 무대로 벌이던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의 최전선에, 작은 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부동항을 향해 남하하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 해군은 이 섬을 기습 점령하고, '포트 해밀턴(PortHamilton)'이라는 차가운 이름의 장부를 새로 펼쳤다.
청나라는 한반도에서의 종주권을지키기 위한 외교적 계산을 굴렸고, 일본은 나가사키의 사설 상회와 무장 낭인들을 앞세워 거문도의 경제적 이권과 포대를 노렸다.
동북아를 집어삼키려던 제국주의 열강들의 탐욕스러운 장부들이 사정없이 교차하던 거대한 각축장, 그곳이 바로 거문도였다.
이 소설은 그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나약하게 흔들리던 조선이 아닌, 강진 병영성의 기개를 품고 바다를 호령하던 장보고의 후예들을 그린다.
주판을 단단히 쥐고 자신들의몫을 정산해 나가던 대행수 영민과 보부상들, 그리고 거친 바다의 생명력과 영민한 회계적 감각으로 이방인마저 매료시켰던 강인한 재녀(才⼥) 연화.
역사는 거대한 사건의기록이지만, 소설은 그 폭풍의 한복판에서 제각기의 '삶'을 계산해 내던 인간들의 뜨거운 숨결을 복원하는 작업이라 믿는다.
이제 그 숨결이 담긴 장부를, 독자 여러분 앞에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