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마중
_ 오십 년 만에 내면아이를 안아주는 치유 에세이
별일 없이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다가도, 문득 서늘한 외로움이 차오를 때가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결핍감에 마음이 울먹일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리 안에는 아직 다독여지지 못한 채, 누군가 다가와 “괜찮아”라고 안아주기를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만 두 돌 무렵 친엄마를 떠나보냈다. 새엄마와 가난한 집에서, 무언가를 바라기보다 숨죽여 참는 법을 먼저 배우며 자랐다.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서조차 이방인처럼 겉돌던 아이. 세월이 약이 될 줄 알았지만, 깊이 눌러둔 외로움은 오십 년이 지나도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다. 더는 그 아이를 홀로 두지 않기로 한 날,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를 직접 마중 나가기 위해서.
「늦은 마중」은 그 마중의 기록이다. 엄마 품을 찾아 허공에 작은 손을 뻗으며 울던 갓난아기, 불 꺼진 집에 차마 들어가지 못한 채 담벼락에 돌멩이를 톡톡 던지며 누군가 데려가 주기를 기다리던 아이 - 저자는 그 작은 장면들을 하나씩 불러내, 어른이 된 지금의 손으로 가만히 안아준다. 홀로 그 울음을 삼켜야 했던 어린 나에게 “미안해”, 가시를 세웠던 소녀에게 “괜찮아”, 고단했던 가족에게 “고마워”, 그리고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 “사랑해”라고. 네 마디를 건너며 오십 년 묵은 응어리가 천천히 풀려간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저자의 고백이 끝내 저자 혼자만의 것으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우리는 어느새 각자 마음속에 웅크려 있던 자신의 어린아이와 마주하게 된다. 책 끝에 놓인 부록 「엄마가 전하는 편지」는, 먼저 떠난 친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뒤늦은 답장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너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돼. 너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단다.” 그 말은 저자를 향한 위로인 동시에, 이 책을 펼친 모든 독자를 향한 마중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화려한 위로의 기술도, 거창한 회복의 공식도 없다. 다만 한 사람이 자신의 가장 시린 자리를 정직하게 들여다본 기록이 있다. 나에게도 오래 미뤄둔 마음의 숙제가 있다면, 이제 이 책과 함께 그 아이를 마중 나가보면 어떨까. 내 안의 아이를 마중 나가는 일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