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는 단 한마디면 족하다
수없이 듣고 반복했던 말 한마디, 문장 하나면
어두운 동굴에서도, 거리의 인파 속에서도
서로를 찾을 수 있다”
가족의 일상에서 길어올린 비밀스러운 사랑의 의미,
야만스러운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지성과 유머,
살아온 날들과 지나버린 시간에 부치는 이야기의 헌사
가족의 밀어(密語)로 빚은
파시즘 시대 이탈리아 어느 유대인 일가의 초상
다감한 가족의 이야기로 형상화하는 역사의 상흔
이탈리아의 여성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소설 『가족어 사전』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이 소설은 1963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스트레가 상 수상작으로,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현대의 고전’이다.
이 책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자전적 이야기다. 하지만 작품은 소설 형식을 띠고 있으며, 작가 역시 이 이야기가 ‘소설’로서 읽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탈리아의 가족, 친지, 친구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고, 이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이탈리아의 현대사와 조우한다.
작품의 배경은 무솔리니가 등장하여 파시즘이라는 독재 체제가 들어서고 인종법이 발의되어 유대인 등 소수 인종에 대한 박해가 현실화되는 시기이다. 레비 가족은 토리노에 살던 유대계로서 파시즘과 인종차별주의라는 현실에 직면한다. 파시즘은 당시 이탈리아 정치의 대세였고 다수의 이탈리아인들이 파시즘에 동조했다. 그러나 안목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파시즘의 광기를 예견하고 이에 저항했다. 작가의 아버지 주세페 레비, 오빠들, 남편 레오네 긴츠부르그와 친구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작가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되는 개인적 체험을 다룬다. 즉 『가족어 사전』은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가 유년과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고백하는 자전 소설인 동시에,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격동의 역사 한가운데 있었던 작가와 가족, 친지, 지인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문학적 증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