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숭배론(On Heroes, Hero-Worship, and the Heroic in History)
1840년 런던에서 행한 여섯 차례 유료 강연을 묶은 인문·역사·철학 강연록이다. 이 책에서 “세계사는 근본적으로 이곳에서 일해 온 위대한 인물들의 역사이다”라는 담대한 명제를 펴며, 인류가 이룬 제도·종교·문학·국가 등 모든 것은 결국 하늘로부터 직접 통찰을 받은 소수의 위대한 인물이 사유하고 실행한 결과의 외적 구현물이라고 주장한다. 나머지 대중은 그 위인을 어떻게 맞이하고 숭배했는가에 따라 각 시대의 정신적 수준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책은 여섯 강연에 걸쳐 영웅이 시대에 따라 여섯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논한다. 신(오딘) → 예언자(마호메트) → 시인(단테·셰익스피어) → 성직자(루터·녹스) → 문인(존슨·루소·번스) → 왕(크롬웰·나폴레옹)의 순서로, 역사적 진행과 영웅숭배 형태의 변천을 함께 따라간다. 가장 원초적인 시대에는 위인을 신으로 떠받들 수 있었으나, 과학적 지식이 늘면서 그런 형태는 더 이상 불가능해지고, 영웅은 점점 ‘덜 야심적이나 덜 의심스러운’ 형태로 나타난다.
칼라일의 가장 독창적인 주장은 이 여섯 유형이 겉모습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재료(one stuff)’로 빚어졌다는 점이다. 오딘·루터·존슨·번스는 근본이 하나이며, 다만 그들이 태어난 세계가 그들을 각기 다른 형태로 빚어냈을 뿐이다. 위인을 위인답게 하는 공통의 근본 자질은 진정성이다.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는 깊고 위대한 진정성, 즉 사물의 실재(Reality)에 마음을 열고 그것과 직접 소통하는 능력이야말로 모든 영웅의 제1특질이다. 위인은 언제나 “사물의 겉모습을 꿰뚫어 사물 자체를 보는 자”이다.
책의 배경에는 산업혁명과 도시화, 빈부격차, 차티스트 운동 등으로 혼란한 빅토리아 시대 초기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칼라일은 이 혼란을 물질적 문제 이전에 정신적 위기, 곧 믿음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한다. 그는 세계를 죽은 증기기관으로 보는 회의주의·공리주의적 세계관을 “가장 잔혹한 오류”로 규탄하며, 세계를 살아 있는 유기적 생명체(世界樹, 이그드라실)로 보는 관점을 내세운다. 프랑스 혁명은 종교개혁·청교도 혁명에 이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제3막’, 즉 허위에 맞선 진실로의 최종적 회귀로 해석한다.
『영웅숭배론』은 위대한 개인의 역할을 절대시하는 사관 때문에 이후 강한 영향력과 함께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사회·경제적 조건과 익명의 다수를 강조하는 후대 역사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19세기 영국 지성사에서 가장 독특하고 영향력 있는 목소리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도 영웅과 대중, 진실과 형식, 역사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묻는 쟁점을 여전히 생생하게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