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The Children)
우리는 그저, 새의 길동무일 뿐이다!!
수필가인 앨리스 메이널이 어린이들의 삶과 언어, 감정, 상상력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쓴 18편의 성찰적 에세이 연작 모음집이다. 저자는 아이들을 단순히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어른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서사가 아니라, 아이라는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는 관조의 모음이다. 저자는 첫머리에서 살아 있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어른의 모든 예상을 무너뜨린다는 통찰로 시작한다. 아이는 해마다 다른 곡조를 지저귀는 검은지빠귀처럼 붙잡을 수 없는 존재이며, 관찰자는 그저 "새의 길동물(the fellow traveller of a bird)"일 뿐이다. 이 표제 은유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중반은 어린 시절의 본질에 대한 사색으로 깊어진다. 한겨울에도 꽃처럼 피어나는 아이의 생기, 시들지 않는 ‘생명의 기후(the climate of life)’, 언제나 제철보다 이른 ‘영원한 신선함(a perpetual primeur)’의 아이가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나아가 과거(존 이블린의 시대)와 현재의 어린 시절 관점을 대비한다. 옛사람들은 아이를 성년이 될 때까지 견뎌야 할 미완성으로 보아 어린 시절을 서둘러 지나치려 했으나, 진화론 이후의 시대는 변화 그 자체와 과정의 가치를 발견했고, 마침내 어린 시절을 결함이 아닌 고유한 상태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후반부는 아이의 다양한 면모를 초상화처럼 그린다. 침묵 속에 충직함을 감춘 열두 살 소년, 고통 속에서도 어머니를 걱정하는 의연한 소녀, 웃음의 기원을 보여주는 갓난아이, 그리고 금발과 짙은 머리 아이의 색채 미학이 차례로 펼쳐진다. 마지막 편 「진짜 어린 시절」에서 저자는 2인칭 ‘당신(you)’을 통해 독자를 자신의 어린 시절로 데려가, 아이에게 3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어른의 지루한 대화와 못생긴 모자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이었는지를 되살린다. 저자가 아이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결론짓는 미덕은 단 하나, ‘원한 없는 용서(the absence of resentmen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