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의 여름, 나는 여수 바닷가의 작은 서재에 앉아 한 권의 책을 덮었다. 요스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였다. 정확히는 오 년 전, 마흔한 살에 그 책을 처음 읽었고, 그해 여름 내내 그 책이 던진 물음들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너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어디서 왔는가. 마흔이 넘어 다시 그런 물음 앞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물음들은 나를 철학으로 데려가지 않고 한 장소로 데려갔다. 노르웨이였다. 이십 몇 년 전, 대학을 막 졸업하고 처음으로 혼자 떠난 그 나라. 가아더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자꾸 베르겐의 빗속과 오슬로의 지지 않는 밤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떤 책은 우리를 앞으로 데려가는 대신, 아주 먼 과거의 한 시점으로 되돌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