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대 말, 가장 섬세한 문장을 쓴 여성 수필가가 세상을 바라본 방식을 담은 책으로 일상 풍경과 예술 현장을 예리하게 관찰한 14편의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의 빛깔」은 멱 감는 런던 소년의 살결을 통해, 생명의 진정한 색은 드러난 붉은 피가 아니라 살갗 아래 감춰진 혈색임을 역설한다. 「전기의 한 문제」는 죽음과 병을 지나치게 폭로하는 전기 관행을 비판하며, 죽음은 가장 내밀한 사생활이라고 주장한다. 「구름」과 「세계의 바람」은 구름과 바람을 인격체로 그려 런던 하늘 위의 천상 풍경을 예찬하고, 남서풍을 위대한 문체를 지닌 시인으로 묘사한다. 「엘레오노라 두세」는 이탈리아 배우 두세의 연기가 ‘자연’에 닿을 때 완성된다고 논하며, 영국 연극의 인습적 연기와 대비한다. 「풀」과 「골풀과 갈대」는 인간의 훼손에도 스스로 재생하는 풀과 소유의 경계를 벗어난 골풀·갈대를 통해 길들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을 찬미한다. 「회색 옷의 여인」은 자전거 탄 여인이 ‘불안정한 평형’ 위에서 균형을 잡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유전 담론을 통해 여성의 자질이 아들에게도 이어짐을 강조한다. 「대칭과 우연」은 그리스 예술의 대칭과 일본 미술의 우연·비대칭을 견주며, 인체의 대칭처럼 삶의 법칙을 지배하는 그리스적 대칭이 더 고귀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시간의 환영」은 유년기가 만들어낸 ‘고대’의 웅대함이 실은 환영임을 깨닫지만, 그 환영을 만든 유년기 자체가 모든 인간의 유일한 진짜 고대라고 성찰한다. 「눈」은 위대한 인물들의 눈 색깔이 부주의하게 묘사되어 왔음을 지적하며, 표정을 만드는 것은 눈이 아니라 눈꺼풀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산업화한 런던의 스모그와 대중 예술의 급성장, 여성 참정권 운동과 자전거 붐, 자포니슴 등 1890년대 영국의 문화적·역사적 맥락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자연의 은밀함과 인간 문명의 인위성, 필멸·순간성의 긍정, 예술의 진리로서의 자연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 메이넬의 문체는 선언 후 곧바로 뒤집는 역설, 자연물을 인격체로 그리는 의인화, 두운과 병렬의 음악성, 감상을 절제하는 냉철한 위트로 유명하며, 이 책은 그녀의 “간결한 완벽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