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서른아홉, 연애 8전 8패. 배관 설계로는 밥벌이를 하지만 사람 마음 앞에서는 번번이 무너지는 남자 오상헌은, 어느 날 결심한다. 여자를 '공부'하기로. 그는 헌책방에서 세계문학의 명작들을 교재 삼아, 한 권씩 파고들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가 매번 엉뚱하게 읽는다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밀당의 기술'을 배우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감정을 삭제하라'는 교훈을 얻고, “보바리 부인”을 핑계로 백 송이 장미를 안긴다. 명작을 오독할 때마다 그는 사람을 오독하고, 사랑을 하나씩 잃는다.
그러나 실패가 쌓일수록, 그는 조금씩 이상한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여자를 못 얻은 게 문제가 아니라, 한 번도 사람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잘못 읽어온 것은 명작이 아니라, 곁에 있던 사람들이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오만과 편견”에서 “전쟁과 평화”까지, 열두 편의 명작을 헛짚으며 걸어온 한 남자의 서툰 사랑 수업. 여자를 공부하겠다고 시작한 이야기는, 사람을 이해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되고, 끝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가 된다.
여자는, 끝내 공부가 아니었다.
본문 중에서
그는 오래도록, 텅 빈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아는 방식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면서.
변수가 뭐였지?
그는 알지 못했다. 그때의 그는, 문제를 잘못 세운 사람이 아무리 성실하게 계산해도 영영 답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했다. 자신이 여태 풀어온 것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겉껍데기였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에는 풀리기를 원하지 않는 방정식이 있다는 것을 — 다만 읽히기를, 오래 곁에서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