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당신은 당신을 읽어 본 적이 있나요?
"너 뭐 좋아해?"
칠 년을 만난 연인이 떠나며 던진 그 질문에, 서다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안의 모든 것이 그가 좋아하던 것들뿐이었다. 마흔한 해를 살았는데, 정작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
다인은 남의 마음을 읽는 데 천재적인 사람이다. 편집자로서 남의 글 속 진짜 목소리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다 안다. 딱 한 사람, 자기 자신만 빼고. 그녀는 평생 '착한 사람'이었다. 먼저 웃고, 먼저 맞춰주고, 먼저 자기를 지우면서. 그것이 미덕인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망치듯 들른 작은 헌책방에서, 그녀는 명작 속 여자들을 만난다. 엘리자베스, 엠마, 노라, 제인. 처음엔 그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권씩 읽어갈수록 깨닫는다. 문제는 저 여자들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자기가 한 번도 이기적이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원할 줄도, 거절할 줄도, 화낼 줄도 모른 채 살아왔다는 것을.
세상 모든 사람을 읽어온 그녀가, 마흔한 해 만에 처음으로 펼친 책은 — 자기 자신이었다.
남의 마음은 다 읽으면서, 정작 나는 못 읽는 당신에게. 늘 "아무거나 괜찮아요"라고 답하며 살아온 당신에게. 이 책은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당신을 읽어 본 적이 있나요?
본문 중에서
냉장고 안이, 환하게 그녀를 비췄다. 그리고 다인은, 그 안을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냉장고 안의 모든 것이, 재우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칠 년 동안, 그녀는 이 냉장고를 재우의 입맛으로 채워왔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인은 오래도록, 그 환한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낯선 질문 하나가 그녀를 스쳤다. 나는, 뭘 좋아하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름이, 문 닫힌 거실보다 더 그녀를 춥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