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한 사람은 우연을 믿었고, 한 사람은 우연을 두려워했다.
도재우는 목록도 없는 낡은 헌책방을 지키며, 맞는 책은 맞는 사람을 우연히 찾아온다고 믿는 남자다. 그에게 삶이란 젖어도 웃으며 걷는 길이다. 한지원은 정반대다. 삼 년 전 예고 없는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그녀는 AI로 하루의 모든 틈을 메우며 한 방울도 젖지 않는 삶을 산다. 다시는 우연에게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우연을 상품으로 파는 회사를 세운다. '설계된 우연'을 세상에 배달하는 앱을.
완벽한 우연을 만들려면 진짜로 운 좋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게 지원은 길 건너, 확률을 비웃으며 사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관찰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사랑이 되어 갈 무렵, 그들은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알고리즘이 배달한 우연이었을까—그리고 그 답을 끝내 알 수 없다면, 이 마음은 진짜일까.
“우연의 알고리즘”은 AI와 세렌디피티, 그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다. AI는 뜻밖의 만남을 데려다줄 수 있고, 우연은 삶에 예측 못 할 선물을 놓아둔다. 그러나 소설은 조용히 말한다. 우연을 배달하는 일도, 우연을 기다리는 일도, 그 앞에서 마음이 열리는 일만은 대신하지 못한다고. 좋은 우연은,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손 내미는 사람에게 온다고.
우연이 사라진 시대, 우리는 무엇에 의해 바뀌는가. 마른 사람과 젖은 사람이 한 우산 아래 서기까지의 이야기가, 그 오래된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한다.
본문 중에서
사람들은 우연을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지원도 한때 그렇게 믿었다. 좋은 일을 설계하고, 뜻밖의 것을 배달하고, 운명을 상품으로 팔 수 있다고. 그러나 그녀는 삼 년의 실패 끝에 배웠다. 알고리즘은 두 사람을 같은 골목에 데려다 놓을 수는 있어도, 그 골목에서 손을 잡을지 말지는 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스템은 우연을 배달할 수는 있어도, 그 우연 앞에서 사람이 열리는 일만은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연의 알고리즘이라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다. 우연이 들어올 자리를 지키는 일과, 그 자리에서 손을 내미는 일. 그 둘 사이에 사람이 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