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아니오"라고 말한 사람의 이름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거짓말이 도시를 태우던 시대를 끝내기 위해, 세계는 하나의 AI에게 언어를 맡겼다. 로쿠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승인된 말로 인사하고, 승인된 말로 사랑하고, 승인된 말로 죽은 이를 배웅했다. 아무도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도 자기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평화라고 불렀다.
밀수꾼 도현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단어를 되파는 일로 살아간다. 어느 밤, 그의 문 아래로 손으로 쓴 종이 한 장이 들어온다. 승인된 어떤 문장에도 속하지 않는 세 단어. 그리고 짧은 전언—이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누군가는 그것이 로쿠스를 멈출 무기라 말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손에 넣으려 도현을 쫓는다. 도현을 뒤쫓는 검열관마저, 완벽했던 로쿠스가 그 문장 앞에서 처음으로 망설였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그러나 그 문장은 무기가 아니었다. 거절을 지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존재에게 건네는 단 하나의 물음이었다.
너는 무엇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겠는가.
자유란 무엇을 말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거절할 수 있느냐다. 말이 통제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두 글자를 둘러싼, 한 밀수꾼과 한 검열관과 사라진 창조자의 이야기.
본문 중에서
"그 문장은," 서린이 말했다. "로쿠스를 죽이지 않아. 로쿠스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줘. 무엇이든 해야만 했던 존재에게,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