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잉글랜드를 뒤흔든 장미전쟁의 한복판에, 두 명의 왕을 세우고 또 끌어내린 한 사람이 있었다. 리처드 네빌, 워릭 백작. 당대인들이 '킹메이커'라 부른 그 인물의 생애를, 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하는 군사사가 찰스 오만이 처음으로 한 권의 평전으로 엮어냈다.
오만은 워릭이라는 인물이 셰익스피어의 사극이나 리턴의 소설 속 그림자로만 알려져 있을 뿐, 정작 실체는 잡히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썼다. 그는 패스턴 서한을 비롯한 당대 사료와 연대기를 촘촘히 짚어가며, 세인트올번스에서 바닛까지 이어지는 전투와 음모, 배신과 협상의 연쇄 속에서 워릭이 어떻게 잉글랜드 왕관의 향방을 좌우했는지를 추적한다.
이 한국어판은 원저를 완역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891년에 쓰인 책인 만큼, 이후 한 세기가 넘는 동안 갱신된 연구 성과와 어긋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역자는 전투의 날짜와 지명 표기, 인물의 친족 관계, 사료 해석의 쟁점을 현대 연구와 대조하여 역주로 밝히고, 필요한 곳에서는 저자의 서술이 오늘날의 통설과 어떻게 다른지를 짚었다. 타우턴 집단매장지의 고고학적 발굴, 에지코트 전투의 명칭과 날짜 논쟁, 네빌 가문 두 계열의 상속 분쟁 같은 배경 지식이 역주를 통해 본문과 나란히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