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일반상식(Sex and Common-Sense)
1921년, 200만 명의 여성이 묻다: 우리는 왜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성비 불균형과 여성의 삶을 출발점으로 삼아, 성·사랑·결혼·독신·모성·이혼을 둘러싼 위선적 도덕을 비판하고, 지식·자유로운 동의·상호 존중·인간 인격의 존엄에 기초한 더 인간적인 기독교 윤리를 모색하는 사회비평적 페미니스트 에세이집이다. 1920년대 영국 사회의 보수적인 성 도덕관을 비판하면서도, 무정부적인 ‘자유연애’를 옹호하지 않고 건전한 상식(common-sense)에 기반한 중도적이고 인본주의적 성 윤리를 제시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의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전쟁으로 수많은 젊은 남성이 목숨을 잃으면서 영국에는 남성보다 약 200만 명이나 많은 여성이 남았고, 이들 대다수는 결혼할 기회조차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당시 사회는 이들에게 평생 독신을 받아들이고 순결을 지키라고 강요하였지만, 로이든은 이러한 요구가 비현실적이며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잔인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먼저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는 성적 욕구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여기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여성 역시 남성 못지않은 성적 필요를 가지며, 이를 억압하는 것은 동등한 고통을 유발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성적 자유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 관점에서 성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신성한 전당이자 창조적 사랑의 고귀한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독신을 선택하거나 결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여성들에게 성적 에너지를 인류애나 창조적 활동으로 승화시키는 ‘변형(transmutation)’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억압과 방탕이라는 양극단을 넘는 제3의 길을 모색하였다.
결혼에 대해서도 단순한 법적 계약이나 사회적 의례가 아닌, 남녀 간의 영적이고 육체적인 깊은 결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녀는 사랑과 존중이 사라진 결혼을 법적 구속력으로 억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비도덕적이며, 현실이 없는 결혼은 해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혼법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또한 당시 사회의 금기와 무지가 오히려 불행한 결혼과 도덕적 혼란을 낳는다고 지적하며, 솔직하고 건전한 성교육의 절실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남녀 간의 진정한 우정과 상호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로의 약점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 기사도(sex chivalry)’를 주장하였다. 이 책은 1920년대 영국 사회의 보수적인 성 도덕관을 비판하면서도 무정부적인 자유를 옹호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을 존중하는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중도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성 윤리를 제시한 선구적인 저작으로 평가받는다.